서귀포에 들렀다가 우연히 하논분화구를 알게 됐습니다.
제주도는 대부분 현무암질의 토양이라 물을 가두기가 어려워 논농사를 짓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하논분화구에 들리기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 벼농사를 짓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하논분화구에 가 보니 육지에서 짓던 벼농사의 흔적이 있더군요.
흔적이란 겨울이라 수확을 끝낸 벼의 밑동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하논분화구는 제주도에 있는 360여개의 오름 중 하나이며, 제주도에서 몇 안되는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입니다.
'하논'은 논이 많다는 제주도 말이며, 큰 논이란 뜻의 '한 논'이 변형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제주오름 중 독특한 분화구를 가지면서 논농사를 짓고 있는 하논분화구 풍경을 담았습니다.
서귀포시 서홍동 1003번지 일대에 있는 하논분화구 모습
일주동로에서 하논분화구 방향 위쪽에서 바라보면 하논분화구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직경이 1,150m(남북간 1,300m, 동서간 1,800m), 높이가 143m에 이르는 분화구로 면적이 120만㎡에 이릅니다.
(성산일출봉은 지름이 600m, 깊이 90m)
[제주오름] 하논분화구 관람안내
관람시간 제한없음(방문자센터는 09:00~18:00)
휴무일 연중무휴
입장료(관람료) 무료
주차장 무료
소요시간 분화구 아래까지 10~15분, 왕복 25분
난이도 중(계단)
점근성 상
정상 뷰 ★★★
하논분화구 방문자센터 위에서 바라본 하논분화구 모습
백록담이나 성산일충봉보다 큰 엄청나게 큰 분화구 모습입니다.
분화구 종류에는 거대한 폭발 등으로 형성된 초대형 분화구인 칼데라형 분화구(백두산 천지), 분화구에 물이 고여서 형성된 호수가 있는 화구호형 분화구(한라산 백록담), 마그마가 지하수와 만나 수증기 폭발로 형성된 분화구인 수성화산 분화구(성산일출봉), 마그마 점성이 낮고 유동성이 높은 화산에서 형성된 분화구인 용암분출형 분화구(하와이 마우나로아) 등이 있다고 합니다.
하논분화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마르형(Marr) 분화구라고 하는데요.
수성화산 분화구의 일종으로 약 5만여 년 전 땅속 마그마가 솟아오르다 지하수와 만나 증기 폭발한 후 오랜 시간에 걸쳐 퇴적층이 쌓이면서 낮고 넓은 화구호 형태의 분화구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직경이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에 이르기도 하며, 화산재와 응회암(수증기 폭발로 형성된 퇴적물)이 주변에 두껍게 쌓이기도 하고요.
물웅덩이(화구호)가 생성되곤 하는데, 하논분화구 역시 호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약 500년 전까지 호수가 남아 있었고, 어느 때부터 호수가 사라진 자리에 벼농사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하논분화구 바닥에는 하루 1000~5000리터의 용천수가 분출돼 과거엔 호수를 만들었고, 500여년 전부터는 벼농사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분화구는 화산이 분출할 때 용암과 화산재가 방출되면서 형성된 움푹 파인 지형을 말하는데요.
제주도의 분화구는 대체로 원형이나 타원형을 이루며, 일부는 칼데라처럼 커다란 함몰지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분화구로 한라산 백록담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분화구 등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오름은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화산체를 의미하는데요.
측화산이라고도 불리며, 독립된 화구를 가진 작은 화산체이거나, 단순한 용암 돔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제주도 전역에 용눈이오름, 백약이오름, 노꼬메오름 등 360여개 정도의 오름이 분포하고 있죠.
오름 중 일부는 분화구를 포함하며, 하논분화구도 제주오름에 포함됩니다.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하논분화구 방문자센터가 있습니다.
약 5만년 전의 생태, 고기후 변천 등 하논습지 관련 교육장과 탐방객 쉼터 등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방문자센터에 있는 하논분화구 모습 사진
벼농사를 짓는 평야지대가 펼쳐져 있습니다.
방문자센터에 하논분화구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하논분화구 너머에 있는 오름은 보름이(86.4m)라고 하네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제주도에서의 벼농사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네요. ㅎㅎ
하논분화구에도 예전엔 16여 호 100여명이 사는 작은 하논마을이 있었다고 하는데, 4.3 사건 때 마을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하논마을 옛터에 4.3으로 전소된 봉림사가 복원되고 있고, 서귀포지역 선교의 산실이었던 하논성당의 옛터(서귀포성당으로 이전)가 남아 있습니다.
서귀포성당의 뿌리찾기 일환으로 하논성당터와 하논성당 순례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하논분화구에는 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감귤밭도 있습니다.
봄에는 자운영이 피고 모내기가 이루어지고, 여름엔 논과 밭이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들며, 가을엔 벼들이 익어 황금들녘으로 바뀌는 곳입니다.
겨울이라 벼농사의 흔적만 볼 수 있었지만, 다음엔 다른 계절에 한 번 꼭 찾고 싶어졌습니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룰 것 같습니다.
하논분화구는 한때 서귀포 중심이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라 2002년 야구장 건설계획을 세웠다가 환경단체 반대로 철회되었고 지금은 복원을 하나씩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야구장 짓지 않음에 감사드립니다.
방문자센터 반대쪽에 하논분화구로 내려가는 좁은 길이 있어 내려갔습니다.
실제 하논분화구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었던 논 모습입니다.
그동안 제주도에 수없이 다녀갔지만, 논농사를 짓는 모습은 이번에 처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겨울보다는 다른 계절에 오면 눈 아래에 펼쳐진 하논분화구 모습이 장관을 이룰 듯하니 서귀포 여행 시 한 번 둘러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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