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사격장의 아픔, 화성 매향리 평화역사관
어느날 TV에서 경기도 화성시의 평화관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길래 봤는데요.
비무장지대가 있는 전방지역도 아닌 화성시가 왜 평화관광일까 궁금했습니다.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는 한국전쟁 이후 54년간 미국 공군의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된 곳으로 인근 주민들은 폭격기의 오폭으로 인한 생명위협과 주택파괴, 소음으로 인한 난청 등의 피해를 입었던 곳이라 그렇습니다.
매향리 사격장으로 사용된 농섬(룡도)은 미 공군 사격장으로 사용되기 전에 비해 그 크기가 1/3로 줄어들 정도로 엄청난 폭격기 훈련이 일어난 곳이랍니다.
그래서 지난번에 화성시 평화관광을 할 겸해서 매향리에 다녀왔는데요.
매향리 평화역사관은 미군 공군의 폭격기지 폐쇄 투쟁이 한창이던 당시에 투쟁본부가 있던 곳인데요.
먀향리 마을 한가운데이면서 육상 기총사격과 소형 폭탄 투하장, 그리고 농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입니다.
54년 간의 아픔과 17년간의 투쟁, 그리고 11년간의 희망이 있는 곳, 매향리 평화역사관을 구경해 보세요.
6.25 전쟁의 아픔을 알리고 매향리 사격장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개관한 매향리 평화역사관
역사관으로 만든 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전시관은 이유도 적혀 있지 않고 닫혀 있더군요.
대신 내부 전시공간을 보지 않고 야외에 전시된 수많은 포탄만 봐도 매향리 사격장, 농섬에서 얼마나 많은 폭격 훈련이 있었는지 상상은 가는 것 같습니다.
매향리는 매화 향기가 가득한 갯벌이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인데, 지난 반세기 동안은 참혹한 포탄이 난무하던 마을이었던 곳입니다.
관람시간이나 휴무일(휴관일) 정보는 알 수 없고, 관람료(입장료)와 주차장은 무료입니다.
매향리 평화역사관 앞에는 새로 조성된 매향리 평화생태공원과 8개의 야구장으로 만들어진 화성드림파크가 있고, 그 너머로 농섬(룡도)이 희미하게 보이는 풍경입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8월,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이곳이 주한미군의 공군폭격 훈련장으로 사용되었습니다.
1954년엔 미군이 사격장 지역에 주둔을 시작했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발효 후인 1968년도에 이르러 농섬을 중심으로 사격장이 형성되었고 점차 넓어졌습니다.
매향리 농섬에 폭격연습이 시작된 후 미소냉전이 끝난 1980년대 말까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어느 날은 새벽 2시까지, 특수한 날에는 3주 24시간 내내 폭격연습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마을 한 가운데에 있는 쿠니사격장(koon-ni) 인근 매향 1리의 옛 명칭인 고온리의 미국식 발음) 내에 폭격 표시판을 설치해 놓고 마을 상공을 선회하면서 폭탄을 투하하고 기관총을 발사했던 곳입니다.
바다와 육지를 더해 2400만제곱미터(690만평)의 규모를 갖춘 아시아 최대 공군 폭격훈련장이었으며,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필리핀, 오키나와, 괌에서도 날아와 폭격훈련을 했다고 하네요.
그동안 임신 8개월의 임산부가 오폭으로 사망하고 12살 소녀가 포탄 파편에 다리 불구가 되기도 했으며, 불발탄을 가지고 놀던 네 명의 아이들이 그 불발탄이 터져 사망하는 등 지금까지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고 합니다.
또한 주민들은 사격장 조성 당시 500만 평 연안의 어장과 50만 평의 농경지 및 임야를 헐값에 징발 당했습니다.
이 외에도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주민들이 난청을 앓고 성격이 포악해짐은 물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었다고 하네요.
태평양 미 공군사령부 산하 한국주둔 제7 공군 51 전투 비행단은 일일 평균 11.5시간 훈련을 진행했으며, 일일 15~30분 간격으로 하루에만 600차례의 사격이 이루어졌으며 연간 훈련 일자는 250일에 이르렀습니다
전쟁 후 분단국가로 있으면서 폭격훈련의 공포와 소음은 당연한 것으로 감내하여 오다가 1988년 12월에 마을주민들은 지금 이 자리에 모려 첫 집회를 현재 평화역사관(당시 창고가 집회장소였으며, 매향리 평화역사관으로 바뀌게 됨)이 있는 장소에서 시작했습니다.
1989년 3월 당시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팀스피릿 훈련기간에 미국언론에서는 쿠니사격장 미군기지 점거 투쟁이 일어난 것을 대서특필했으며, 정부에서는 항의를 하지 못하게 당부했으나 주민들의 반항은 더욱 거세어졌습니다.
당시 시위를 주동한 전만규 위원장은 공개수배가 떨어지고 잡혀 옥살이도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2000년 8월 농섬을 제외한 육상 기동사격이 중단되었고, 매향리 주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통해 2004년 승소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05년 8월 12일 미국사격장으로 사용되어 오던 매향리 사격장은 54년 만에 완전히 폐쇄되었습니다.
54년이 지나면서 미군 폭격장은 폐쇄되었고, 이곳에 유소년 야구단을 위한 야구장인 화성드림파크가 조성되었고,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이 들어섰습니다.
매향리 사격장 연표
1951년 한국전쟁 중 미군이 농섬을 표적으로 사격훈련 실시
1954년 사격장 주변에 미군 주둔 시작
1955년 매향리 사격장(쿠니사격장) 설치
1989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 700여명의 주민 3주간 농섬사격장 점거농성
1994년 불발탄 폭발사건으로 198채 가옥 균열 피해보상 요구, 한미로부터 3억 5천만원 배상
2000년 5월 오폭사건으로 주민 6명 다침, 6월 사격장 철폐 기자회견 및 전만규 위원장 구속, 8월 국방부 육상 기총사격장 폐쇄발표
2001년 8월 주민 2222명 국가상대 손해배상 소송제기
2005년 8월 12일 매향리 사격장 완전 폐쇄
2017년 6월 유소년 야구장 화성드림파크 개장
2019년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조성
약 12kg에 이르는 BDU-33bomb라는 포탄, BDU(Bomb Dummy Unit)는 모의 폭탄을 의미하며 훈련형 소형폭탄으로 실제 떨어지는 궤적은 mk82와 동일하다고 합니다.
떨어지면 연막탄이 터져 목표물에 제대로 투하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하네요.
지난 54년 동안 쏟아부은 폭탄은 정말 어마어마했다고 합니다.
불발탄과 중금속 오염이 상당했지만, 미군은 제대로 된 복구없이 한국정부에 반환했고 정부는 서로에게 떠넘기며 방치했습니다.
결국 주민들이 콤바인을 개조하여 갯벌과 농섬 주변의 폭탄 수거작업에 나섰고, 그것들은 현재 매향리 평화역사관 앞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그제야 공군 폭발물 처리반이 나와 뇌관이 살아있는 폭탄들을 수거해서 제거 후 다시 가져다 놓았다네요.
평화역사관에 전시된 많은 것들은 전만규 위원장 등 주민들이 미군들한테서 빼앗은 것들입니다.
전쟁공포를 기억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당시의 탄피와 건물들을 보존해야만 했다고 네요.
갯벌 겉에 있는 폭탄만 수거했을 뿐 갯벌 깊숙이 박힌 탄피들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민물과 썰물로 인해 탄피들이 농섬으로 밀려들면 수거하고 있는 상태.
오랜 시간 갯벌에 묻혀있던 탄피들은 화약이 공기와 접촉하면 연기가 나고 불이 붙기도 한답니다.
비행기에서 쏜 기관총 탄피들로 보입니다.
임옥상 작가의 매향리의 시간이라는 작품
푸줏간의 고기처럼 폭탄의 잔해를 전시한 공간입니다.
나무가 많아 짙을 농(濃) 자를 써서 농섬(룡도)은 미국의 폭탄 투하 훈련으로 섬의 3분의 2가 날아간 상태.
나무들이 울창했던 섬은 폭격 훈련으로 아름드리나무들이 사라졌지만, 폭격 훈련이 중단된 지 17년이 지난 지금, 보라색 노란색 들풀들이 자라고 천연기념물 물새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갈고리에 꿰어 피를 흘리며 걸려있는 살덩이처럼 폭탄을 걸어 진열한 모습
푸줏간에 오래 머무르고 싶지 않지만, 매향리의 푸줏간에는 탈출구가 없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합니다.
사람 크기만한 폭탄
매향리 평화역사관 앞에 있는 장승
미국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우방을 넘어 혈맹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매향리 항쟁은 자본과 힘의 논리로 무장한 미국의 실체를 재인식시켜 주었고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종속의 관계에 다름이 아니었음을 환기시켜준 사건이었습니다.
순수 민간인들의 항쟁으로 이루어낸 위대한 승리를 기념해 경기민예총에서 세운 것이라고 하네요.
주차장과 바로 연결되는 매향리 평화역사관
역시 닫혀 있는데, 나중에 화성시 홈페이지를 보니 입구 철문이 닫혀 있어도 열고 들어가 관람하라고 나와 있더라구요.ㅠㅠ
입구에라도 적어 두었으면 들어가 봤을텐데 아쉽습니다.
내부에는 마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진 등의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소양강 처녀란 노래를 개사한 '매향리 청년'
당시 항쟁할 때 개사하여 부르던 곡입니다.
도로가에도 엄청나게 쌓여있는 비행기 폭격 탄피들
매향리 평화역사관 안쪽으로 가면 매향교회가 있습니다.
미공군기 비행고도를 맞추느라 십자가 대신 종탑을 세운 교회로 60년이 넘는 역사입니다.
현재 교회는 폐쇄되어 있고 들어갈 수 없는 상태이며, 경기만 에코뮤지엄 사업의 일환으로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향리 주민들의 처절한 싸움으로 폭격훈련장은 폐쇄되었지만, 미군은 영월 태백 필승사격장(기관포 사격)과 군산 직도(중형 폭탄 투하 훈련)로 훈련장을 옮겨 우리 땅을 과녁으로 삼아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 포항 수성 사격장에서 끊임없이 진행되었던 탱크와 아파치 헬기의 사격 훈련으로 인한 진동과 소음으로 주민들이 고통받았고 있습니다.
분단의 아픔은 현재 이런 미군의 폭격훈련장의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습니다.
하루 발리 적대적인 관계가 사라지고 미군이, 군인이 필요없는 대한민국이 빨리 와야겠습니다.
매향리 평화역사관 아래쪽은 매향리 사격장이 있던 곳인데요.
현재 매향리 평화생태공원과 화성드림파크 야구장이 들어 서 있고, 앞으로 매향리 사격장을 평화관광지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매향리 선착장 앞 바다에는 50녀년간 폭격의 표적이 되었던 농섬(룡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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