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암의 무계원, 종로골목 100년 전 세월을 따라 걷다
정명섭의 서울 재발견 시리즈, '무계원'
무계원은 서울시에서 부암동에 개원한 도심 속 전통문화공간입니다.
고즈넉한 풍광 속에서 한옥을 체험하며 전통과 문화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인데요.
본 내용은 내 손안의 서울의 연재기사인 정명섭의 '서울재발견 시리즈' 15번째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된 내용이며, 일부 이미지는 종로문화재단 무계원에서 가져왔습니다.
(서울재발견은 정명섭 소설가가 서울 구석구석 숨어 있거나, 지나치기 쉬운, 우리가 미쳐 몰랐던 보물같은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한옥의 특징 중에 하나가 바로 분해가 조립이 가능하다는 점이죠.
기둥과 서까래에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끼우는 방식을 쓰기 때문입니다.
그런 한옥의 특징 때문에 처음 만들어진 자리와 다른 곳에 위치한 전통 건축물들이 몇 개 있습니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에 있는 양이재는 원래 덕수궁이 경운궁이라고 불리던 시절에 궁 안에 있던 것이고, 경희궁의 흥화문은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2년, 일본 사찰인 박문사로 옮겨졌다가 1994년에 와서야 겨우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국대학교 캠퍼스에 있는 도정궁 경원당도 그런 곳 중의 한 곳입니다.
무계원 역시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하문을 넘어 부암동 주민센터 뒤편의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다보면 오른쪽에 무계원이 나오는데, 담장이 야트막해서 경계감이 없는 누구나 환영하는 곳입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조용해 보이지만 무계암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인 무게는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무계원의 이름은 바로 무계정사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인데요.
무계원 입장료 무료
무계원 관람시간 09:00 ~ 18:00
정기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선날과 추석 당일
주차장은 없으니 주위 유료주차장 이용
지금은 건물들이 가득 들어서 있어서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텅 비어 있어서 무계원 즈음이면 인왕산과 자하문이 한 눈에 들어왔을 것이라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이곳에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이자 예술을 사랑하는 안평대군의 사저인 무계정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곳에 만권의 책을 소장하고 선비와 예술가들과 교류를 했다고 전해집니다.
무계원의 한옥들은 서울시 등록음식점 1호인 오진암의 건물 자체를 가져와서 다시 재조립한 것입니다.
1910년 지어진 오진암은 전형적인 근대 도시한옥의 모습을 가지고 있던 곳으로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한 박성철 제2부수상이 이곳에서 7.4 남북공동성명을 도출해낸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70년대에는 삼청각, 대원각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요정으로 손꼽히기도 했던 곳이죠.
2010년 관광호텔 신축(현재의 이비스 앰배서더호텔 인사동)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서울시와 종로구청에서 협의해서 현재의 위치로 이전해서 옮기도록 한 것입니다.
2010년에 제가 종로로 출근하면서 장학재단 수익형 건물을 알아보던 중 이 오진암이 매물로 나와서 매입을 고려했던 적이 있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종로에는 땅을 파면 유물이나 유적이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면 개발은 보류되고 문화재청의 처분을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죠.
실제 종로에는 땅을 파다가 공사를 멈춘 곳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그런 염려 때문에 매입을 포기했습니다.
결국은 호첼이 들어섰는데 호텔 역시 그런 부분을 염려해서 인지 지하는 만들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ㅎㅎ
종로구 익선동에 700여평 단층 한옥으로 1910년대 초 조선말기 서화가 이병직의 집이기도 한 오진암은 1953년부터 요정으로 개업했고, 2009년까지 한정식집으로 운영했던 곳입니다.
1910년대 초 대표적인 상업용 도시한옥으로서 그 희소성과 함께 보존가치가 뛰어나다고 합니다.
과거 정부 요직 인사들과 정치인들의 장소로 유명했으나, 외국 관광객들이 드나들면서 기생관광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합니다.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등으로 구성된 무계원은 주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이자 인문학 세미나와 강연, 전시회 등이 열리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뒷마당입니다.
투호, 제기차기, 비석치기, 고누놀이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정명섭 소설가는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지켜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답은 ‘사람’에게 있다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역사라고 해도 그 안에 사람이 없다면 삭막한 과거일 따름입니다.
무계원은 역사를 무겁지도 그렇다고 마냥 가볍게 보지도 않는 따뜻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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