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영가등 연등공양하고 왔어요
지난주는 중국발 황사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일요일엔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살아생전의 부모님은 4월 초파일이 되면 사찰을 찾아 자식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연등공양을 매년 해 왔습니다.
집사람이 떠난 분들에게 이제 해 드릴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연등공양이나 하러 가자고 해서 나섰습니다.
서울 도심에 있는 사찰 중 종종 찾는 길상사에 가니 신록이 우거진 봄 품 경이 너무 예쁘더군요.
길상사의 봄 풍경도 즐기면서 다라니 다원에서 차 한잔 하는 여유로움,
그리고 길상사 주지였던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깨닫고, 부모님을 위한 영가등 연등공양한 이야기입니다.
길상사 일주문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고급요정이었던 곳이었는데, 주인인 김영한(법명 길상화)이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에 감명받아 송광사에 시주하면서 생긴 사찰입니다.
당시 천억 원이 넘는 대원각 부지를 시주하면서 법정스님에게 절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고, 여러 번의 고민 끝에 시주를 받아들여 만들어진 곳이죠.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인 '대법사'로 등록되었고, 1997년에 길상사로 사찰명을 바꾸어 창건되었으며, 대원각 시절의 건물 그대로 사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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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는지, 영가등이 그득 달린 모습입니다.
많은 분들의 연등공양을 기다리고 있는 길상사 연등들
길상사 7층 보탑
길상화 보살님과 법정스님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 길상사와 성북성당, 덕수교회가 함께 한 종교 간 교류의 의미를 전하기 위해 영안모자 회장 백성학 님이 무상기증하여 2101년 11월 11일에 봉안하였습니다.
길상사 극락전 앞 연등 모습
딸아이가 대두라고 부르는 귀여운 동자승입니다.
5월의 길상사 봄 풍경은 신록이 무성해서 싱그러움이 가득 묻어납니다.
봄에는 꽃이 가득 피고, 여름엔 신록이, 가을엔 예쁜 단풍이, 겨울엔 하얀 설경의 사찰로 바뀌어 사계절 아름다움이 가득한 사찰입니다.
불교신자가 아니지만, 이런 풍경이 너무 좋아서 1년에 서너 번 찾는 곳이네요.
대원각 요정시절에 사용하던 작은 방갈로 건물들은 스님들 처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발톱꽃?
다음 앱에서 꽃 이름으로 검색하니 메발톱꽃이라고 나옵니다.
아래로 핀 꽃에서 위로 뻗은 긴 꽃뿔이 매의 발톱을 닮았다 해서 매발톱이란 이름을 가졌다고 하네요.
조개나물?
보라색 꽃이 예쁘네요.
피나물?
깊은산 숲 속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법정스님이 살아생전 기거했던 진영각
지금은 법정스님이 사용하시던 용품들, 저서들, 초상화 걸려 있고 입적하기 전에 적은 유서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세간에 많이 알려진 대로 당신 이름의 어떤 책도 출판하지 말고 이후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맑고 향기롭게' 모임에 기부하여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라는 유서입니다.
길상사 극락전 뒤편의 기와 모습
한때 식객들이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풍류를 즐기던 곳이 이렇게 고즈넉한 사찰로 바뀌었다니 신기하게 여겨집니다.
나무 위에도 연등이 가득 걸려 있습니다.
길상사 템플스테이가 열리는 설법전
설법전 앞에는 관음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2000년 4월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가 만들어 봉안한 석상으로, 천주교와 불교의 화합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장보살을 모시는 지장전
지하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코로나로 2년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장전 앞 작은 연못엔 연꽃이 잘 자라고 있네요.
1층에 다라니 다원이 있습니다.
길상사 자연을 품은 카페랍니다.
커피 가격도 착해서 잠시 자연을 느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이동하면 좋답니다.
오미자차와 커피와 사과주스를 주문해서 마시고 나왔습니다.
길상사 일주문 우측 종무소에서는 부처님 오신날 연등공양을 받고 있습니다.
길상사에 온 목적을 이뤄야 할 시간입니다.
극락전의 가족등(10만)과 대등(100만)은 1년 동안 달 수 있다고 합니다.
지장전의 영가등(1년, 10만), 도량의 영가등(3만), 가족등(3만)
도량의 영가등과 가족등은 신청 후 달아주며, 부처님 오신날이 지난 2주까지 달아준다고 합니다.
이제 돌아가셔서 잘해 드리고 싶어도 해 드릴 수 없는 현실,
이렇게나마 불교신자셨던 부모님의 영면을 빌 수 있어서 마음만은 포근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벌써 1년 밤이 넘었는데, 결국 민사재판을 진행하게 되었고 이번 달에 첫 변론기일이 잡힌 상태네요.
너무나 화가 났던 지난날들에 대한 보상, 어머니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잘한 일인지 모르겠네요.ㅜㅜ
부처님 오신날이 이제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기념일이니만큼 신자이든 아니든 가볍게 가까운 사찰에서 봄을 느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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