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종묘 설경 (공사중인 정전과 영녕전)
12월 기준 42년 만에 최대 적설량을 보인 지난 주말, 창덕궁에 들렀다가 종묘로 향했습니다.
설경을 보기 위해 기대했던 고궁과 종묘를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하루였지요.
종묘로 이동할 때에는 눈은 그치고 포근한 날씨 탓에 금세 녹기 시작한 시간이었는데요.
그래도 하얗게 뒤덮은 종묘 설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다만, 정전은 현재 공사 중이라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공사 중이전 종묘 정전과 온전한 영녕전의 설경을 담았습니다.
창덕궁에서 나와 서순라길 종묘 담장 사이를 따러 걸어갔습니다.
서순라길은 종묘 정문에서 서쪽 담장을 따라 이어진 도로명인데요.
종묘를 순찰하던 순라청이 있었고, 그 서쪽에 위치하여 서순라길로 부르고 있습니다.
서순라길은 종로의 비싼 임대료를 피해 공예가들이 하나둘 모여 공방을 내기 시작했고, 지금은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가 된 카페와 다이닝 레스토랑들이 들어서고 있어 새로운 메카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입니다.
한옥집에서 종묘 담장을 바라보며 특히 봄과 가을 풍경이 예쁜 곳입니다.
종묘 돌담길 너머 서순라길, 그리고 색동박물관과 대각사 풍경
종묘 앞 세운상가
세운상가는 1967년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국내 최초로 주상 복합 아파트로 들어선 건물로 국내 유일의 종합 가전제품 상가로 호황을 누렸으나 1980년대 강남권 개발과 용산 전자 상가가 생기면서 급속히 쇠퇴했던 곳입니다.
지금은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진행해 재개장했으며, 공방 등 스타트업 업체가 입주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세운상가부터 중구 진양상가까지 약 1km에 걸쳐 늘어선 7개 노후 상가(세운·청계·대림·삼풍·인현·진양상가와 PJ호텔)를 공원으로 전환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운상가 옆에는 세운지구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35~39층 규모의 4개 동 업무시설 빌딩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세운상가 옥상에 만들어진 서울옥상, 종묘 전경이 아름다운 곳
하얀 세상으로 변한 종묘 광장공원 모습
이날 서울엔 아침부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해 오후 3시까지 12cm 이상의 눈이 쌓였습니다.
12월 기준으로 1980년 이후 42년 만이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3층의 눈사람
제법 크고 잘 만들어 줄 서서 사진찍는 포토존이 되었습니다.
종묘광장 공원 정원 설경
월남 이상재 선생 동상
월남 이상재 선생은 1850년 충남 서천군에서 태어나 1881년 조사시찰단의 일원으로 일본의 개화상을 시찰하고 개화자강의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1896년 서재필 등과 함께 독립협회를 창립하여 독립신문과 만민공동회 운영의 개화구국의 지도자 역할을 했습니다.
1904년 서울 YMCA인 황성기독교청년회에 가입하여 교육부 위원장과 종교부 위원장을 거쳐 1913년에 서울 YMCA 첫 한국인 총무가 되었습니다.
1919년 민족의 단일전선을 결성, 공동의 적 일본과 투쟁할 목적으로 조식된 신간회 회장으로 추대되어 독립운동을 하던 중 서거했고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추서 되었습니다.
종묘광장공원
종묘 외대문(정문)
종묘 정문은 외대문 또는 외삼문이라고도 하며, 정문은 궁궐 정문과는 달리 구조 형태가 아주 검박하고 단순하며, 정문 밖에는 하마비와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어정이 있습니다.
종묘는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최고의 사당입니다.
제사를 지내는 공간인 정전, 영녕전, 송신당, 칠사당이 있고, 제사를 준비하는 공간인 향대청, 재궁, 전사청 구역이 있습니다.
종묘는 건축의 보편적인 가치과 세계적으로 독특한 건축양식을 지닌 의례공간으로 인정받아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 또한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종묘 관람안내
입장료 1,000원(25세~64세, 그 외 무료입장)
관람시간 2~5월/9~10월 09:00~18:00, 6~8월 09:00~18:30, 11~1월 09:00~17:30(마감 1시간 전 매표마감)
휴관일(휴무일) 매주 화요일
주차장 종묘 공영주차장(10분당 800원, 1시간 4,800원)
종묘 정전과 영녕전으로 들어가는 신로
가운데 조금 올라온 길은 신주와 향, 축이 들어가는 신로이며, 동쪽 길은 왕이 다니는 어로, 서쪽 길은 세자가 다니는 세자로라고 합니다.
종묘 입구의 작은 연못
그 중간 소나무에 소담소담 눈이 쌓여 있습니다.
향대청 앞 지당도 아름다운 설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지당의 설경
종묘 향대청 일원 모습
종묘 망묘루
향대청 남쪽에 위치하는 망묘루는 제향 때 임금이 머물면서 사당을 바라보며 선왕과 종묘사직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망묘루는 건물 중 한 칸이 누마루로 되어 있습니다.
망묘류 옆으로 들어가면 공민왕 신당이 있습니다.
공민왕 신당은 망묘루 동쪽에 있는 별당으로 고려 31대왕 공민왕을 위하여 종묘 창건 시에 건립되었다고 전하는데요.
공민왕은 밖으로는 원나라를 물리쳐 나라의 주권과 영토를 되찾고, 안으로는 개혁정치를 펼쳤으며, 개인으로서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임금이었다고 하는데요.
종묘 건립 시에 왜 공민왕 사당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은 없다고 합니다.
신당 내부에는 공민왕과 노국대장공주가 한자리에 있는 영정과 공민왕이 그렸다고 전해 내려오는 준마도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신당의 정식 명칭은 '고려 공민왕 영정 봉안지당'입니다.
종묘 향대청
향대청은 종묘에 사용하는 향축폐 등 제사 예물을 보관하고, 제향에 나갈 헌관들이 대기하던 곳으로 남북으로 긴 뜰을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에 건물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눈 쌓인 나무
종묘 전전 가는 길
향대청 위쪽에는 재궁이 있습니다.
종묘 재궁은 정전 동남쪽에 위치하며 국왕이 제사를 준비하던 곳입니다.
재궁 북쪽에는 임금이 머무는 어재실, 동쪽에는 세자가 머물던 세자재실이 있고, 서쪽에는 어목욕청(왕이 목욕하는 건물)이 있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종묘 정전(국보)
눈오는 날 특히 와서 엄숙하고 장엄한 정전의 모습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정전 입구 우측은 공신당이 있고, 좌측 안쪽에는 칠사당이 있습니다.
공신당은 조선 왕조 역대 공신들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지금은 16칸의 긴 건물로 되어 있고, 칠사당은 종묘 창건 때부터 정전 울타리 안 월대 남쪽의 서쪽에 있던 것으로 봄에 모시는 사명과 사호, 여름의 사조, 가을의 국문과 공려, 겨울의 국행과 그밖에 중류의 7사에 제사 지내는 곳입니다.
종묘에는 정전과 영녕전, 두 곳의 사당이 있는데요.
정전에는 태조의 신주를 비롯하여 공덕이 있는 역대 왕과 왕비 49분의 신주가 모셔져 있고, 영녕전에는 태조의 4대조를 비롯하여 조선의 왕과 왕비 그리고 추존된 왕과 왕비 34분의 신주가 모셔져 있습니다.
왕위에서 쫓겨난 연산군과 광해군의 신위는 종묘에 없답니다.
그런데.....이게 뭐람?
낭패...ㅠㅠ
정전은 커다란 가림막으로 설치되어 있어 온저난 모습을 볼 수 없네요.
종묘 입구에서 사전에 공사 중이란 정보라도 주지...
종묘 정전은 금년 9월 21일까지 보수정비를 진행하고 있더군요.
지난 2021년에 방문했을 때에도 공사를 진행했고, 다시 이번에 공사를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에서 보듯 종묘 정전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장엄하고 정숙함이 느껴집니다.
종묘 정전 앞 광장엔 많은 눈이 내려 눈사람만 실컷 만들어 놨네요.
종묘 정전은 왕과 왕비가 세상을 떠난 후 궁에서 3년상을 치른 후 신주를 옮겨와 모시는 건물입니다.
정전에는 태조의 신주를 비롯하여 공덕이 있는 역대 왕과 왕비 49분의 신주가 모셔져 있는데, 건물 전체의 모습은 우리나라 단일 건물 중 가장 긴 건물이며 고전적인 건축미를 보여줍니다.
(태조, 태종, 세종, 세조, 성종, 성종, 중종, 선조, 인조, 효종, 현종, 숙종, 영조, 정조, 순조, 문조, 헌정, 철종, 고종, 순종)
매칸마다 신위를 모신 신실인 감실 열아홉 칸, 신실 양 옆으로 각각 두 칸의 협실, 그리고 협실 양 끝에서 직각으로 앞으로 꺾여 나와 마치 신실을 좌우에서 보위하는 듯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동, 서월랑 다섯 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남문인 신문에서 보면 동서 109미터, 남북 69미터나 되는 묘정 월대가 넓게 펼쳐있고, 월대 가운데에는 신실로 통하는 긴 신로가 남북으로 나 있으며, 그 북쪽 끝에 상월대와 기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종묘 건축이 다른 건물과 다른 점은 건물 내부에 모실 신위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몇 차례에 걸쳐 건물을 옆으로 증축하여 길게 늘린 점입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정전에서 나와 영녕전으로 향합니다.
종묘 정전 옆에 영녕전이 나란히 이웃하고 있습니다.
종묘 영녕전 앞 설경
종묘 영녕전 입구
영녕전(보물) 모습
신실 하나하나의 구성은 정전과 크게 다름이 없지만 부재의 크기가 정전보다 약간 작고 전체 건물 규모도 정전보다 작은 규모입니다.
정전에서와 같은 장대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나 공간이 한눈에 쉽게 들어옵니다.
영녕전에는 태조의 4대조를 비롯하여 조선의 왕과 왕비 그리고 추존된 왕과 왕비 34분의 신주가 모셔져 있는데요.
(정종, 문종, 단종, 덕종, 예종, 인종, 목조, 익조, 도조, 환조, 명종, 원종, 경종, 진종, 장조, 영왕(의민황태자))
정전에 있던 신주를 옮겨 모시기 위해 세종 3년(1421)에 지은 건물로. 영녕은 왕가의 조상과 자손이 길이 평안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광해군 즉위년(1608)에 다시 지은 후 2차례의 걸쳐 증축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영녕전은 네모난 아랫부분에 원형 주좌를 둔 주춧돌에 둥근기둥과 간단한 초각을 한 익공을 짜고, 퇴칸 안에 두 짝 판문을 달고 뒤는 화방벽으로 쌓고 서까래는 부연 없는 홑처마로 꾸미는 등 세부 구성은 정전과 거의 같으며 역시 부재 표면도 단청 없이 간단히 주칠로 마감하였다고 합니다.
좌우 익실 앞으로 동, 서월랑이 뻗어 나와 ㄷ자 형태를 이루고 있고, 박석을 덮은 상, 하월대가 울타리를 가득 메우는 점도 정전과 동일합니다.
이곳은 부재의 처리나 건물의 규모가 전체적으로 종묘 정전보다는 작지만 건축 공간 자체의 장엄한 공간 구성은 여기서도 잘 나타나고 있으며 질박하면서도 친근감 있는 장인들의 솜씨는 이곳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종묘 정전의 장엄한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영녕전은 제대로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하얗게 뒤덮은 설경
영녕전에서 나와 종묘제례시에 주악하는 악사들이 대기도 하고 연습하기도 하는 영녕전 악공청을 뒤로하고 창경궁 담장 방향으로 설경을 감상하며 산책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온통 하얀 세상~
너무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최근에 복원된 창경궁과 종묘 연결구간의 담장
창경궁과 종묘는 원래 담장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어 잇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율곡로를 내면서 두 공간을 단절시켰습니다.
2010년에 율곡로는 지하화하고, 창경궁과 종묘를 연결하는 복원공사를 시작해 12년 만인 지난해 7월에 개방을 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창경궁과 종묘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종묘제례는 왕이 친히 행하는 가장 격식이 높고 큰제사로 정전에서는 사계절의 각 첫 달과 납일(동지 뒤 3번째 미일)을 합쳐 1년에 5번 지내며, 영녕전에서는 봄과 가을 2번 지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매년 양력 5월 첫 주 일요일과 11월 첫 주 토요일에 종묘제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종묘제례악은 기악과 노래, 춤을 갖추고 종묘제례 의식에 맞추어 행하는 음악입니다.
보태평과 정대업이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조상의 공덕을 찬양하는 내용의 노래(종묘악장)를 부르고. 문덕과 무공을 칭송한 일무(문무와 무무)를 춘다고 합니다.
쌓였던 눈에 미처 떨어지지 못한 단품잎이 떨어져 있네요.
종묘 정전 동쪽 끝 건물
정전수복방과 전사청, 제정이 있는 곳입니다.
정전수복방은 정전 동문 북쪽에 위치며 두벌 장대 기단 위에 정면 4칸, 측면 단칸의 맞배집으로 수복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전사청은 종묘제사에 사용하는 제수의 진찬 준비를 하던 곳으로, 뜰을 가운데 두고 그 주위로 건물을 ㅁ자형으로 배치하였으며, 주실은 정면 7칸, 측면 2칸이고 옆에 온돌과 마루방을 들여 행각으로 꾸몄습니다.
제정은 향제에 사용되는 우물을 말하는데, 정전 전사청 동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찬 게 특이하고, 네 면을 담장으로 둘렀고 남쪽에 우진각지붕의 일각문이 있습니다.
모처럼 서울에 함박눈이 내리면서 창덕궁과 종묘 설경을 한없이 즐긴 날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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