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각연사, 보배산의 고즈넉한 풍경
오랜만에 딸아이 외가에 가기 위해 지난 주말에 나섰습니다.
요즘 교통량을 보면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일 만큼 곳곳에 정체...ㅜㅜ
수도권을 빠져 나올 땐 고속도로를 탈 엄두가 안나 결국 국도를 따라 문경. 예천으로 가네요.
괴산군 중부로를 타고가다 보면 '보물 433호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각연사'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는데, 매번 지나가다가 한 번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을 들렀습니다.
보배산 각연사는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보배산 아래 깊은 산 중에 있는 신라시대 사찰이더군요.
주위에 해발 700~800m가 넘는 보배산을 비롯하여 칠보산, 덕가산 등이 있어 고즈넉하면서도 산중 풍경이 멋진 곳입니다.
조금씩 내리던 비가 멈춰 산자락에 안개가 걸친 보배산 각연사 풍경을 담았습니다.
중부로 칠성휴게소를 지나 각연사 표지를 보고 쌍곡 1교차로에서 빠져나와 4km 정도를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보배산 각연사 입구가 나옵니다.
입구에 너른 주차장이 있고, 이곳에서 300m만 걸어서 가면 됩니다.
각연사가 있는 보배산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5교구 본사인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이기도 합니다.
속리산은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상주시와 문경시에 걸쳐 있습니다.
법주사가 보은군에 속해 속리산 국립공원이 보은군에 있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각연사는 신라 법흥왕(514~540년) 때 유일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웅전 상량문에는 918~975년 사이에 통일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각연사 앞 계곡물이 제법 많이 내려오고 맑습니다.
산길을 따라 올라오면서 찻길을 따라 긴 계곡이 있는데, 여름 피서지로도 무척 좋아 보였습니다.
각연사 올라가는길
나무들이 울창해서 산림욕 하기에 그만이네요.
조금만 걸어가면 사찰이 보입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은 종무소와 식당이 있는 건물입니다.
각연사 계곡물이 내려오는 곳,
물속에 시원하게 풍덩 들어가고 싶은 계절이네요.
각연사 규모는 건물이 4~5개 정도 있는 아주 작은 사찰이지만, 주위 공간들이 널찍해서 시원한 개방감이 있는 절입니다.
신라 법흥왕 때 지어진 설화에는 어느 대사가 쌍곡리에 사찰을 지으려고 목수를 시켜 나무를 다듬고 있는데, 까마귀 떼가 날아와서 나무 조각을 물고 자주 날아가더랍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대사가 그 까마귀 떼를 따라가 보니 깊은 산골에 있는 연못 속에 나무 조각을 떨어뜨려 살펴보니, 그 속에 석불이 앉아 있어 그곳에 절을 세우고 "연못 속에서 부처로서 깨달을 수 있다" 하였기 때문에 절 이름을 각연사라 하였다고 합니다.
그 대사가 유일대사이며, 절을 지은 후 이 불상에 지성으로 기도하면 영험이 크다 하여 참배자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고려 초기에는 통일이 중창하여 대찰의 면모를 갖추었고, 고려 혜종 때 새로 중수하였으며, 조선시대에도 1648년(인조 26)과 1655년의 중수를 거쳐서 1899년에는 비로자나불의 개금불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뒤에도 1927년과 1954년, 1965년, 1975년에 각각 중수하였다고 합니다.
대웅전 앞 너른 마당에 있는 보리수나무와 우측의 종무소 건물
충북 유형문화재 126호인 각연사 대웅전
석가여래좌상을 주존불로 모시고 있는 불전입니다.
현재의 건물은 1979년에 보수한 것으로 조선후기의 전형적인 불교건축양식을 띄고 있습니다.
대웅전 옆에 있는 각연사 범종각
보배산 옆에 있는 칠보산은 높이가 778m로 서쪽의 쌍곡계곡을 사이에 두고 군자산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불교의 일곱 가지 보물인 금, 은, 산호, 거저(바다조개), 마노(석영), 파리(수정), 진주처럼 아름답다 하여 칠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칠보산 산행은 주로 각연사를 통해서 오르다 보니 군데군데 등산객들이 더러 찾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위쪽에 작은 삼성각이 있습니다.
대웅전에서 바라본 보배산 풍경입니다.
높은 산에 안개구름이 머물고 있는 풍경이라 각연사가 더욱 고즈넉하고 운치있게 느껴집니다.
보배산은 해발 750m로 덕가산(855m)과 군자산(760m) 사이에 자리하고 있고, 아래쪽에 칠보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 밑에는 괴산 팔경의 하나인 쌍곡계곡이 있는데, 소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네요.
각연사 비로전 앞에 있는 보리수나무
수령이 350년 된 고목으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곳이 보물 433호가 있는 비로전입니다.
각연사 비로전 내부에 있는 보물 433호 괴산 각연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각연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광배와 대좌를 모두 갖춘 완전한 불상으로 신라 말부터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화려하고 복잡한 8각 대좌 위에 당초무늬와 불꽃무늬 그리고 9화불이 현란하게 새겨진 광배를 배경으로 앉아있는 이 불상은 대좌와 광배가 잘 조화되게 아담하고 오밀조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계란형의 단아한 얼굴에 알맞게 묘사된 이목구비, 조용한 미소 등에서 단정한 스님의 얼굴을 엿볼 수 있고, 결가부좌한 자세와 지권인(지혜의 상징인 손모양)에서 이루어지는 삼각형 구도의 체구는 안온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신라 전성기의 전형적인 불상처럼 긴장된 활력과 세련된 기교는 줄었지만, 일면 단아하면서도 화려해진 조각양식을 묘사하고 있어서 선적인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비로전에서 바라본 속리산 국립공원 풍경
보배산 각연사는 작은 사찰이지만, 숲 속 깊은 곳에 자리하며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사찰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지나가다가 잠시 들러 보물도 구경하고, 힐링하고 가기에 무척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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