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가볼만한 곳, 초간정 (초간 권문해)
쌀쌀해진 늦가을, 김장철이 다가왔습니다.
벌써 김장을 마친 곳도 있고, 앞으로 해야 할 집도 일을 텐데요.
요즘은 굳이 김장하지 않고 그때그때 사 먹든지 아니면 조금씩 담가서 먹는 집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힘드니 하지 마시라고 해도 어머니가 계셨을 때에는 굳이 해주셨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장모님이 해주신다고 해서 예천에 다녀왔습니다.
김장철과 단풍철이 겹쳐 차가 막힐 것 같아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막히는 건 여전하네요.
처가에 도착해서 집안일 잠깐 도와주고 시간이 남아 딸아이와 함께 근처 예천 가볼만한 곳, 초간정을 다녀왔습니다.
입구부터 벚나무가 울창하고 단풍나무가 있어서 가을풍경이 아름다울 것이란 생각에 다녀오게 되었네요.
초간정은 예천군 용문면 죽림리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예천 금당실 마을과 용문사 가는 길에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초간정은 주변 경치가 예뻐서 드라마 쵤영도 이루어진 곳인데요.
2018년에 방영된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도 알려진 곳입니다.
초간정 관람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고, 입장료(관람료)나 주차장 주차요금은 모두 무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쁜 단풍을 기대했던 초간정으로 향하는 예천경천로 벚나무길
서울보다 일찍 벚나무 잎들이 모두 떨어져 벌써 겨울같은 분위기에 살짝 아쉬웠네요.
초간정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초간정이 바로 보입니다.
원래 이름은 초간정사
예전 여름에 다녀갔는데, 개울가엔 물이 흐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정자 위에 잇으니 정말 시원했던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초간정이라는 정자가 정말 좋은 자리에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네요.
초간정 앞에 세워져 있는 비석
초간정 앞의 소나무 원림이 예쁩니다.
초간정은 암반 위에 돌을 쌓아 만든 축대 위에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정면의 왼쪽 두 칸은 온돌방으로, 나머지는 대청마루로 사면에 난간을 설치한 모습입니다.
단풍은 벌써 색이 바래 멋진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초간정 앞에는 예쁜 단풍나무가 있었습니다.
토요일 오후엿지만, 늦가을 초간정에 방문하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한산해서 좋았습니다.
초간정 옆에 있는 초간정 민박집 모습인데요.
인기척은 없네요.
초간정 모습
초간정은 조선 선조 때의 문신 초간 권문해(1534~1591)가 오랜 관직생활과 당쟁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기기 위해 고향인 예천으로 돌아와 지은 정자입니다.
맑은 계곡과 푸른 소나무림 사이의 암석 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초간 권문해는 퇴계 이황의 제자로서 문과에 급제하여 대구부사, 좌부승지를 지냈고,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20권)'을 지은 저자이기도 합니다.
대동운부군옥은 고금문적을 널리 참고하여 단군시대부터 편찬 당시까지의 지리, 역사, 인물, 문학, 식물 등을 총망라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가 지은 대동운부군옥과 초간집은 예천봉산서원에 제향되어 있다고 합니다.
유성룡과 김성일과 친교가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선조 15년(1582)에 세워진 초간정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불탔고, 권문해의 아들 권별이 인조 4년(1626)에 다시 세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시 지어진 초간정은 인조 14년(1636)에 다시 불탔고, 지금 지어진 초간정은 영조 15년(1739)에 권문해의 현손인 권봉의가 원래의 터에서 약간 서쪽으로 옮겨지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초간정과 원림 배치는 이때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후 고종 7년(1870)에 후손들이 새로 고쳐지었습니다.
초간정사라는 현판은 소고 박승임의 글로 정자에 여러차례 화재가 나면서 잃어버렸다가 훗날 다시 찾았는데, 정자 앞 늪에서 영롱한 빛이 보여 파보았더니 현판이 있었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초간정의 지붕은 팔작지붕 양식이며, 사진에서 보듯 왼쪽 2칸은 온돌방으로, 우측 한 칸은 대청마루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청마루에 걸린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모습입니다.
대청마루에서 보이는 맑은 계곡과 소나무 모습
금곡천의 맑은 물
금곡천을 건너는 출렁다리가 보입니다.
조선시대 사림은 은일생활과 무위자연을 바탕으로 하는 선조들의 자연관을 보여주는 명승지로 바위를 휘돌아 흐르는 계류가 시원한 운치를 자아내는 등 경관적 가치가 큰 곳입니다.
석축을 쌓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겠습니다.
옛날 사람들의 멋진 풍류를 즐기기 위한 명당을 보는 눈은 탁월한 것 같네요.
늦가을의 초간정 앞 금곡천 물은 많이 흐르지 않고 있습니다.
초간정 앞의 단풍나무 세 그루가 단풍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는 것 같네요.ㅎㅎ
금곡천을 가로지르는 흔들다리 모습
초간정은 원림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입니다.
지금은 다소 썰렁한 모습이지만, 여름에 와 보면 더욱더 운치와 시원함이 묻어나는 곳이죠.
대부분의 조선시대 정자들은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 지어지는 것과 달리 이곳의 초간정은 인공적으로 만든 경관에 잘 어울리게 세운 독특한 누정입니다.
겨울보다는 여름이나 초가을에 방문하면 더 멋진 풍경을 관람할 수 았는 곳이니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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