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 시조가 결혼한 곳, 혼인지와 신방굴
삼성혈은 지금으로부터 4,300여년 전 제주도의 개벽시조인 삼을나 삼신인(고을나, 양을나, 부을나)이 태어난 곳입니다.
인기있는 여행지는 아니지만, 제주의 뿌리를 알 수 있는 곳이라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을 읽고 방문했습니다.
삼성혈에서 탐라 왕국의 시조들에 대해서 알고 나니 이젠 삼신인과 관련된 유적지에 가보고 싶더군요.
삼신인이 벽랑도 3공주와 결혼했다는 혼인지와 그들이첫날밤을 보냈다는 신방굴이 성산읍 온평리에 있다는 걸 알고 다음날에 방문을 했습니다.
탐라국의 시조로 떠내려오는 전설로 치부하기에는 이런 유적지들이 보존되고 있는 사실을 보니 순전히 전설로만 다가오진 않네요. ㅎㅎ
탐라의 삼신인이 결혼한 연못, 혼인지와 신방굴 그리고 삼공주 위패가 봉안된 추원사 등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혼인지는 사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 있으며, 혼인지가 있는 마을을 혼인지마을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혼인지에는 혼인지와 신방굴, 전통혼례관, 폐백실, 전통음식점, 3공주 추원각, 사모정, 생태연못, 분수광장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혼인지가 삼성신인이 결혼한 신성스러운 공간이라 전통혼례가 많이 진행되는 곳이고요.
겨울엔 동백이, 5~7월엔 수국이 만발하며, 여름에 피어나는 붉은 연꽃도 볼 수 있어 부수적인 볼거리와 사진스팟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삼성혈 입구 도로가에 있는 혼인지마을 환영 글귀
삼성혈에서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의 삼신인이 용출하여 살고 있는데 어느날 제주도 동쪽해변에 석함 하나가 떠오릅니다.
나무함이 발견된 곳은 온평리 바닷가 황루알이라고 하며, 삼신인이 이를 보고 쾌성을 질렀다 하여 쾌성개, 환성개라고도 불리고 있으며, 지금도 바닷가에서 첫발을 디딘 발자국이 바위 위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 안에 벽랑국(완도에 있던 작은 나라) 공주 3명과 곡식의 씨앗, 망아지, 송아지 등이 들어 있었고, 삼신인은 각각 3공주 하나씩 맞아들여 혼인지에서 결혼 후 신방굴에서 하룻밤을 보낸 곳이 바로 이곳인 것이죠.
수렵생활을 하다가 씨앗이 생겨 농사를 지으면서 마을을 이루었고, 탐라국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세 명의 삼신인은 사시장올락에 올라가 활을 쏘아 세 구역으로 나누어 다스렸는데 이곳이 지금의 일도, 이도, 삼도라고 합니다.
삼신인의 자손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고씨, 양씨, 부씨입니다.
넓은 주차장에 주차하고 도로를 건너 들어서면 혼인지 관리사무실이 있습니다.
비가 와서 촉촉이 적셔 있습니다.
혼인지 관람안내
관람시간 08:00 ~ 17:00
휴무일 연중무휴
입장료(관람료) 없음
주차장 주차요금 무료
혼인지로 가는 길에 동백꽃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동백나무가 붉게 타오르는 듯한 모습, 햇살이 비추면 더욱 빛을 강렬하게 쏘아 올릴 것 같네요.
떨어진 동백꽃
혼인지 잔디광장 및 야외 정원
관리사무실에서 20여 미터 이동하면 바로 혼인지가 나옵니다.
제주도 기념물 17호로 지정되어 있네요.
혼인지에서 삼신인이 성산리 온평리 바닷가에 떠밀려 온 나무상자 속에서 나온 벽랑국 세 공주와 혼인한 것으로 알려진 연못입니다.
혼인지는 남북 방향 두 곳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위 사진은 남쪽인 아래쪽에 있는 연못입니다.
드넓은 암반 위에 조성된 제법 큰 호수입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흰죽, 흰죽물로 불리며 웬만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상수도가 보급되기 이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식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했다고 전해집니다.
혼인지 주변으로 나무 데크를 만들어 걸으면서 관람하면 됩니다.
혼인지 두 연못 중간에 있는 삼공주 추원비
아래쪽 혼인지
추원비 위쪽에 있는 북쪽에 자리한 혼인지입니다.
물도 깨끗한 편이고 이곳에서 삼공주와 삼신인이 목욕을 하고 혼인을 했다고 하니 신비스러운 공간이긴 하네요.
혼인지를 돌아 나오면 30m 거리에 신방굴이 있습니다.
신방굴은 고, 양, 부 삼신인과 벽랑국 세 공주가 혼인지에서 혼례를 치른 후 첫날밤을 보낸 곳이라고 하는데요.
세 쌍의 신랑 신부가 한 굴에서?
남쪽으로 트인 동굴 입구에 들어서면 세 방향으로 가지굴이 나뉘어 있습니다.
세 쌍의 신혼부부는 각각의 신혼방을 꾸민 것으로 보입니다.
신방굴에서 적갈색 경질토기편 등의 유물이 나왔다는데 이것이 만들어진 탐라시대 전기(AD 0~300)는 대규모의 마을 유적이 형성되던 시기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유적은 상시 주거용이기보다는 임시 거처 또는 데의(제사의식) 공간 등의 특수한 공간으로 활용되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혼인지와 신방굴을 뒤로하고 나오면 전통혼례관과 폐백실, 전통음식점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의미있는 전통혼례를 치르면 의미가 있겠네요.
이곳은 전통 음식점으로 전통혼례를 축하해주기 위해 오는 하객들 식사를 제공하는 공간인 듯합니다.
삼공주 추원사로 가는 길에 수국이 있습니다.
초여름이 되면 화사하게 핀 수국이 멋지다고 하네요.
혼인지 옆 담장 너머에 자리한 3공주 추원사
추원문
삼공주 추원사는 4300여년 전 탐라를 창시한 삼을라의 배필이 된 삼을나비벽랑삼공주 위패가 봉안된 묘사입니다.
2009년 준공하여 매년 6월 10일에 추원제를 올리고 있다네요.
혼인지는 고대인이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탈바꿈하는 과정과 씨족 형성의 실마리를 말해 주는 신화상의 근거로 흥미를 일으키기도 하고, 그런 유적지들이 있다 보니 실제 일어났던 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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