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교숙소 용산기지 반환 개방지, 용산공원
지난주엔 용산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그중에서 2년 전에 미군이 사용하던 용산기지 중 미군 장교숙소로 사용하던 일부 구간을 개방한 용산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총 80만여 평 규모의 주한미군 용산기지는 광복 후부터 미 7사단 병력이 주둔하다가 주한미군사령부로 발전해 70년 넘게 미군이 주둔했던 곳인데요.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미 8군 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으로 이전했고, 남아있던 한미연합사도 조만간 평택이전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미연합사의 평택 이전까지 이뤄지면 용산미군기지 전체가 우리나라에 반환돼 국가 도시공원으로 조성할 예정입니다.
용산공원은 주한미군 용산기지 일대를 지칭하고 있으며, 미군 장교숙소로 사용했던 극히 일부 구간인 약 5만㎡ 부지의 5단지를 재작년 시민들에 용산공원으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미군 장교숙소였던 용산기지 반환에 따라 개방된 용산공원 풍경을 담았습니다.
용산공원 입구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습니다.
이곳이 주한미군 장교들의 숙소가 있던 곳으로 용산기지의 둔지산 동남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용산은 고려말 몽고군의 병참기지, 조선시대에는 얼음을 저장하던 서빙고가 있었고, 임진왜란에는 왜군의 보급기지, 청일전쟁 후에는 청나라와 일본군이 주둔했습니다.
러일전쟁 당시엔 일본의 조선지배 근거지가 되기도 했던 곳입니다.
장교숙소가 있던 이곳 용산공원의 일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용산에 군사기지를 조성했을 때까지만 해도 논이었으며, 한국전쟁으로 미 8군이 철길을 조성하면서 미군기지 경계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후 1970년대에 미군 헬기장으로 사용하다가 1985년에 반환되자 대한주택공사(LH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그 부지에 미군장교 숙소를 건설해 2019년까지 35년간 임대, 운영하였던 곳입니다.
고려시대부터 현대까지 용산은 오랜기간 외국군의 주둔의 역사를 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용산공원 담벼락에 적힌 글귀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바라본다"
이곳의 개방을 위해 담장 일부를 철거하고 진출입로를 설치한 다음 지난 2020년 7월 21일에 시민에 개방되었는데요.
본격적인 용산기지 반환에 따른 개방 이전에 용산공원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소통의 장으로 개방했습니다.
용산 미군기지 담장 일부를 최초로 철거했다는 점에서 용산공원 조성의 역사적 출발점이 된 것입니다.
사실 용산 미군기지 중 많은 곳이 반환된 상태에서 국토부에서는 용산공원의 더 많은 부분을 개방하려고 하나 미군이 토양에 버린 기름 오염물질이 문제가 되어 환경단체 반대로 개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군장교 숙소로 사용한 곳은 주거지이기 때문에 오염물질과 관계는 없으나, 시범 개방한 야구장 부지에서는 발암물질인 비소가 무려 기준치보다 9배나 많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국토부는 용산공원 반환부지 중 대통령 집무실 남측에서 스포츠필드 구간을 행사공간 및 전시, 홍보관으로 임시개방하고 있는데요.
정식 개방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아직 요원한 상태입니다.
확실한 점은 오염된 토양을 어떻게든 정화시킨 후 개방해서 피해를 보는 일은 사라져야겠습니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나들목이라는 건물을 통해 진입하면 되고, 안내라운지를 지나 용산공원을 관람하면 됩니다.
현재 18개동(주택 16동, 기타 2동)이 있고, 10개동을 어린이도서관, 놀이터, 쉼터, 전시관 등으로 리모델링하여 내·외부공간 중심의 모든 세대가 이용 가능한 ‘가족 쉼터공원’으로 조성한 상태입니다.
용산공원 관람안내
관람시간 (내부시설) 09:00~17:00, (외부시설) 09:00~18:00
휴무일(휴관일) 매주 일~월요일, 1월 1일, 설과 추석 당일
입장료(관람료) 무료(500명까지 동시입장)
주차장 없음(장애인 차량만 가능, 인근 용산가족공원 or 국립한글박물관 유료 주차장 이용)
용산가족공원 나들이(주차장 정보)
용산 미군기지 장교숙소로 사용되던 5단지의 개방 구역 안내도입니다.
나들목-안내라운지-야외 갤러리-잔디마당-누리방 카페-용산공원 연구소-오픈하우스-파빌리온-용산의 담장-용산공원 전시공간 순으로 관람하면 됩니다.
이군 장교숙소들은 붉은색 벽돌로 만들어진 빌라가 대부분입니다.
35년이 지난 빌라지만 대체적으로 촌스러운 것 빼고는 건물이 튼튼하게 지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이라기 보다는 이국적인 풍경 때문에 사진 찍으러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답니다.
건물 모습은 거의 대동소이,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마중누리의 마중라운지
아직 오픈하기 전 준비 중입니다.
새록새록의 용산공원 야외 갤러리에서는 사진전이 진행 중인데요.
용산공원으로 조성되기 위해 반환 중인 용산기지의 현재 모습을 기록하기 위한 것으로 총 50점의 작품이 상설 전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1945년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사진들입니다.
해방 직후의 용산역 전경
해방 직후 남산과 용산기지 일대 전경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후의 삼각지 일대 전경
당시 대한주택공사에서 지은 건물은 이렇게 붉은 벽돌로 만들어져 있고, 5단지라는 의미의 건물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청년 창의마당
용산공원 잔디마당
들네 봄네의 잔디마당 포토존
용산공원 카페가 있는 건물
누리방 카페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차를 마시는 카페가 아닌 쉼터와 유아용 놀이방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용산공원 좌측으로는 아직도 개방되지 않은 미국기지의 철조망이 가로막혀 있습니다.
두루두루 파빌리온 공간
버스정류장과 속도제한 표지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사진찍는 스폿이네요.
가을이 깊어가면서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무
용산의 담장
허물어진 실제 벽돌 담장을 통해 지난 역사와 앞으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미군 장교들 숙소로 지은 곳이라 녹지공간과 잔디마당 등이 잘 만들어져 있네요.
장교숙소 북쪽에 자리한 운동장
그늘 쉼터
시니어 은빛마당
아름다운 정원이 갖추어진 공간
오손도손의 오픈하우스
장교숙소로 사용된 실내 공간을 보면서 당시의 생활과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인데요.
미군가족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거주했던 주한미군 가족 모임인 주한미국용산기지부녀회(AFSC)와 찰스 정이라는 인물이 기증한 소품들로 꾸며졌고, 방마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직접 작성한 추억들이 벽에 붙어 있습니다
1958년부터 용산기지의 남쪽에 위치한 사우스포스트에는 수많은 미군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며 살아갔는데요.
해외에 파견된 군인들의 안정된 생활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고 합니다.
이곳 오픈하우스의 전시는 다른 시기에 용산기지에서 생활했던 6가족들의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 화장실, 방이 하나 있고, 2층에는 방 4개와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에 있는 방에 장소의 기억이란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1층 Mari Lu의 주방 모습
1층 거실은 조이와 잭 버넷 남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2014년 아빠와 함께 한국에 온 남매는 이곳에서 학교도 다니고, 피아노도 배우고, 수영교실에도 참여했다.
조이는 사우스포스트 치어리더로 미식축구 팀을 응원하기도 했으며 걸스카우트 활동으로 서울의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동생 잭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한국어를 배웠고, 태권도에 푹 빠져 금세 검은띠 유단자가 되어, ‘타이거스 시범단’의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다.
조이와 잭의 한국 생활은 2017년까지 이어졌다.
한국에 왔을 당시 잭의 나이는 세 살이었고, 유년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후 여섯 살을 꽉 채우자마자 2018년, 독일 미군사령부로 발령이 난 아버지와 함께 떠나게 되었다.
2층에는 방이 4개 있고 이곳은 터너 가족과 밴달 가족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이슨 터너의 가족은 3대가 용산기지에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토머스 밴달 중장과 그의 부인 도린 밴달은 2013년 주한미군 21사단 사단장으로 부임했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8군 사령관을 역임하는 등 주한미군 최고위층의 일원으로 활동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Scott forrey와 새미아 마운츠
스캇포레이는 아버지를 따라 한국의 절, 왕릉, 화성 등의 유적지, 산악자전거 타기, 대천해수욕장에서의 수영 등 한국의 문화를 꼼꼼하게 체험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미 8군 밴드 일원이었습니다.
새미아 마운츠는 서울 아메리칸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했다.
13세 때 이미 한국의 EBS방송에서 미디어와 공연 세계를 접했던 그녀는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가 보스톤 컨서버터리 예술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부모님이 있는 한국에 와 직업도 갖게 된다.
그 뒤로도 새미아는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자신의 직업과 휴식, 일과 미래를 꿈꾸며 살았고, 2019년에는 뉴욕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 현재는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에 살고 있다.
새미아에게 한국은 힘들 때마다, 미래가 불안할 때마다 넉넉한 품이 되어준 약속의 땅이었다.
그래서 지금 한국을 떠나 살고 있으면서도 한국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2층 화장실
2층에서 바라본 바깥 공원 풍경
어린이 누리마당의 놀이터
어린이 실내 놀이터(좌)과 어린이 도서관(우)
용산은 지리적으로 서울의 도심이었으나 용산미군기지가 있다 보니 심리적으로 변방 혹은 외인 지대로 여겨지던 곳입니다.
용산공원 중 일부가 이렇게 시민들에게 공원으로 개방되고 있지만, 앞으로 오염된 토양을 어떻게 정화시킬 것이며, 엄청나게 넓은 공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숙제인 듯합니다.
땅의 정화는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그리고 쉬는 편안한 공간으로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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