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성 호국사찰] 템플스테이 사찰, 북한산성 호국사찰이었던 북한산 중흥사
오랜만에 단풍을 보기 위해 북한산 등산코스 중 대남문 코스를 걸었습니다.
백운대(835.57m), 인수봉(810.5m), 만경대(787.0m)의 세 봉우리가 큰 삼각형으로 이루어져 삼각산, 삼봉산, 화산이라 불리는 북한산은 백두산, 지리산, 금강산, 묘향산과 함께 대한민국 오악에 포함되는 명산입니다
1983년에 우리나라 15번째로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우이령을 경계로 북쪽으로는 도봉산지역, 남쪽으로는 북한산지역으로 나뉩니다.
[북한산 등산코스] 대남문코스,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대서문-중성문-대남문
북한산에는 삼국시대 백제가 도성이었던 하남 위례성을 지키기 위해 북방 성으로 쌓은 북한산성이 있는데요.
조선시대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북한산성을 고치자는 주장에 1711년(숙종 37)에 대대적인 축성공사로 완성했습니다.
이때 북한산성의 수비를 위해 승려들이 수행하며 훈련을 하던 호국사찰(승영사찰) 11개를 두었는데, 그중의 으뜸 사찰이 북한산 중흥사(중흥사지)입니다.
북한산 중흥사는 대남문코스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북한산 탐방지원센터에서 3km 정도 가면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흥사가 있는 지역을 북한산 중흥사권역이라 부르는데, 중흥사를 중심으로 태고사, 산영루지, 부왕사지, 중창지, 선정비군, 북한승도걸목 등의 문화재가 집중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승군이 주둔했던 11곳의 호국사찰(승영사찰)은 중흥사를 비롯하여 용암사, 보국사, 보광사, 부왕사, 원각사, 국녕사, 상운사, 서암사, 태고사, 진국사 등 11개 사찰이며, 중흥사(중흥사지)는 팔도도총섭이 머물던 곳으로 이들 사찰을 관장한 사찰이었습니다.
1711년(숙종 37) 북한산성이 축성되기 이전에는 중흥사가 있는 지역이 북한산의 가장 중심지였으며, 중흥사를 비롯하여 태고사와 신영루는 북한산성 축성 이전에 있던 절과 정자이며, 나머지는 북한산성 축성할 때 만들어진 사찰입니다.
중흥사 앞에 있는 북한산성 중창지
1712년 북한산성 성곽과 행궁 공사를 완료하면서 상창, 중창, 하창, 호조창, 훈창, 이창, 금창 등의 7개의 창고를 마련했는데, 그중 하나입니다.
당시 북한산성에 있던 11개 사찰의 승군들이 지키던 곳입니다.
중흥사권역이 문화재의 중심지라 불리는 것은 중흥사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5분 정도 이동하면 북한산성 행궁권역이 있고, 이곳에 창고와 경리청, 관성소 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위치상으로도 북한산성의 중심이라 가장 중요했던 곳이죠.
북한산 중흥사지 모습
중흥사는 고려 초에 창건되었다는 구전이 있으나 정확한 창건연대는 알 수 없고, 고려 후기 승려 보우가 중수한 사찰입니다.
보우스님이 주석하면서 참선수행법을 펼쳤고, 서쪽에 작은 암자를 지은 것이 태고암입니다.
종로의 조계사의 원래 이름이 태고사였으니, 중흥사가 대한민국 조계종의 맥이 이곳에서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흥사가 제대로 만들어진 시기는 1713년(숙종 39)에 북한산성을 축성한 뒤이며, 30여칸에 불과했던 사찰은 북한산성 완공 뒤 136칸으로 커진 대사찰이 되었습니다.
중흥사지 모습
당시 승군은 왕명으로 8도 사찰에서 1년에 6차례 교대로 의승을 뽑아 올리게 하여 11개 사찰에 주둔시켰는데요.
승군의 정원은 360명이고, 11개 사찰에는 각각 수승 1인과 승장 1인을 두었으며, 이들을 총지휘하는 본부로 승영을 두고 승대장 1명을 임명하여 8도도총섭을 겸하게 하였습니다.
중흥사는 도총섭이 머물던 북한산성의 승영이었던 것입니다.
승영 당시에는 삼존불을 봉안한 대웅전과 앞에 누각인 만세루와 나한전을 두었고, 동쪽에는 산신당이 있었다고 합니다.
동구에는 '중흥동문'이라는 글자를 새긴 비석을 세웠다고 하며, 왕실에서 필요로 하는 중요한 약재를 조련하는 일을 담당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1828년에 대웅전과 만세루를 중건하는 등 사세를 계속 유지하였지만, 1894년에 화재를 만났고, 다시 1915년에 홍수를 당해 무너진 뒤 중건하지 못하다가 2012년부터 대웅전을 시작으로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흥사 만세루
2017년 전륜전과 함께 복원된 전각입니다.
북한산 중흥사는 조선시대의 문인이었던 설잠 김시습이 세조의 왕위 찬탈에 분개하여 삭발염의하고 출가했던 사찰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추사 김정희 등 많은 문인들이 중흥사를 방문하여 싯구를 남겨놓기도 했습니다.
"상방에는 밝은 달 하방에는 등불이라, 법계란 모름지기 멎음 없이 오르지만,
종정 운림이 두 가지 아닐텐데, 명산은 속절없이 낡은 중만 허여하네.
십년이라 나막신을 그대와 함께 하니, 옷 위에는 몇 송이 흰 구름 배어 있네.
우리들 번뇌는 과연 가 없어졌나, 공산의 비바람에 소리만 들리는구나."
(완당전집 중에서)
중흥사 올라가는 길의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네요.
팔도도총선 승영
중흥사 템플스테이 공간
지난 주말 찾았을 때 젊은 친구들의 템플스테이가 진행되고 있더군요.
2인실이 3개, 4인실이 2개 있어서 당일 템플스테이로는 30명, 1박 2일 템플스테이는 12명까지 수용가능하다고 합니다.
템플스테이 유형에는 사찰 안내, 참선 체험, 다도 및 만들기(연등, 염주, 사경) 체험을 선택하여 참가할 수 있는 당일형 프로그램, 절 예절, 발우공양, 108배, 연등 만들기, 문화유적 탐방 등 한국의 전통문화와 다양한 불교문화를 경험해 보는 체험형 프로그램, 말 그대로 사찰에 머물며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휴식형 프로그램 등이 있습니다.
중흥사에서는 '북한산성에서의 아침, 나를 위한 행복여행'으로 1~3박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네요.
북한산이라는 영산에 들어와 고요하고 깊은 사찰에서 해 보는 템플스테이, 매력있을 것 같습니다.
중흥사 대웅전
2012년 중흥사 중건하면서 지은 것입니다.
대흥사 전륜전과 요사채
대흥사 전륜전
2017년 만세루와 함께 지어진 전각입니다.
중흥사는 최근에 지어진 전각들이라 고풍스러운 모습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1700년대 북한산성을 쌓고 승군을 양성하던 북한산성에 있는 11개 사찰의 으뜸사찰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면서 관람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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